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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09:25
수면과 무의식
 글쓴이 : 한별
조회 : 5,543  
수면과 무의식

잠은 왜 자며 꿈은 어떻게 꾸게 되는가? 우리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은 깨어있는 동안의 의식이 그냥 쉬는 상태인가? 꿈은 잠과 어떻게 다른가?
잠이 들면 ‘나’라는 의식(자아의식)이 희미해진다.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무서운 꿈을 꾸는 것은 잠든 사이 외부로부터 귀신이나 영혼이 침입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심리 발달 단계에서는 자아의식이 확립되고 나서 5~6세 경에야 꿈이 실제 일어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꿈도 내가 만드는 것이고 산타 할아버지도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잠자는 동안에는 자아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에 깨어 있을 때처럼 확연하게 현실과 꿈을 구분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판단능력을 현실 검증력이라고 하는데 정신병 상태가 되면 현실과 꿈의 구분을 못하고 환상과 망상 속에서 꿈처럼 헤매게 된다.
사람들은 잠을 더 이상 할 일이 없고 피곤해서 수동적으로 잠드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수면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에 의하면 흥미롭게도 수면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라고 한다. 수면은 뇌중추의 각성중추가 휴식할 때 일어나는 수동적 현상이 아니라 각성상태와 마찬가지로 여러 뇌중추가 관여하여 일어나는 능동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수면중에 꿈꾸는 상태는 잠을 자고는 있지만 그냥 잠든 상태와는 다르다.

잠의 종류

신경생리학자들은 수면을 5단계로 구분하고 크게 두 종류의 수면을 구별한다. 하나는 빠른 눈 움직임이 있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고 또 하나는 눈 움직임이 없는 비렘(NREM)수면이다.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흔히 얕은 잠과 깊은 잠을 이야기하면서 꿈에 시달려 잠을 못잤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의 꿈은 렘수면과 관련이 있다.
수면은 가장 얕은 수면부터 점차 깊은 수면으로 진행되면서 1단계 수면부터 4단계수면으로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1~4단계 수면을 비렘수면이라 하고, 5번째 단계를 렘수면이라 한다. 뇌파도 각성시에는 빠른 베타(β)파, 졸릴 때는 알파(α)파, 수면 1단계에서는 쎄타(θ)파, 수면 3~4 단계에서 델타(δ)파가 나타나고, 렘수면에서는 빠르면서 낮은 톱니바퀴같은 뇌파가 나타난다. 즉 렘수면과 비렘수면은 확연하게 다르며 우리는 렘수면 단계에서 주로 꿈을 꾼다.
 비렘수면은 맥박과 혈압이 떨어지고 호흡수도 감소하며 규칙적으로 된다. 여전히 몸은 뒤척이므로 근육은 계속 활동적이다. 반면 렘수면은 빠른 안구 운동과 함께 숨을 몰아 쉬고 심박동이나 혈압도 불규칙하다. 근육은 이완되어 마비 상태와 다름없고 성기가 발기되고 뇌혈류량은 증가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렘수면 상태에서 뇌의 전기 활동은 깨어 있을 때 못지않다는 것이다. 심박동수도 깨어 있을 때와 동일하고 뇌의 혈액순환이 오히려 더 증가한다는 것은 렘수면이 매우 능동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면 사이클은 성인이 잠자는 동안 보통 4~5차례 반복된다. 비렘수면은 대략 90분, 렘수면은 15~20분 정도 진행된다. 새벽에는 주로 렘수면이 지배적인 것으로 되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하룻밤에 꿈을 최소한 4~5차례 꾸는데 다만 기억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비렘수면 동안에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되고 렘수면 동안에는 프롤렉틴이 분비된다. 낮 동안에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갑상선 호르몬이 많은 것과 대조적이다. 체온은 잠이 들면서 점점 떨어졌다가 새벽에 일어날 무렵부터 오르기 시작하여 가장 활동이 많을 때 최고치에 다다른다.
렘수면을 중시하는 것은 꿈의 상태와 상응하기 때문이다. 렘수면 중에 있는 사람을 깨우면 80%는 꿈을 꾸고 있다. 비렘수면인 4단계에서도 50%가 꿈을 꿨다고 하지만 4단계 수면에서는 꿈이라기보다 뭔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로 표현을 못한 것이다. 즉 시각적인 내용과 함께 이야기 형태를 지니는 꿈은 렘수면에서만 볼 수 있다.

잠의 기능

잠자는 것은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보충하는 시간이라 보통 인식된다. 수면 박탈 시험을 해보면 우울, 자아붕괴, 환각, 망상, 체중감소, 체온저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좀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수면 중에서도 렘수면을 박탈할 때 과민성과 피로가 증가한다. 렘수면은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여 뇌의 소모된 기능을 회복시키고 낮에 학습한 정보를 기억으로 저장시킨다. 
렘수면 동안에는 깨어 있을 때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 이는 렘수면 동안 우리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써보고,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을 정리하고 정화시키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시도하여 경험을 재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심층심리학에서 다루는 무의식 개념과 신경과학 관점이 만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잠과 무의식

우리가 잠을 잘 때의 시간과 깨어 있을 때의 시간은 다르다. 무의식은 일반적인 시간 개념의 제한을 넘어선다. 무의식이 가장 잘 나타나는 때는 우리가 꿈꿀 때인데 꿈은 시간을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녀 까마득한 어린 시절로 데려가는가 하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깨어 있을 때와 잠들 때와 꿈을 꿀 때, 이 세 상태는 각각 불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마치 빛의 각 스펙트럼 사이에 불연속이 있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 끊임없이 우리의 정신을 유지하는 연속적인 흐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무의식이다.

잠은 기억을 유지시킨다

과학자들이 자고 있는 고양이의 뇌세포를 조사한 결과 고양이가 잠을 자는 동안 생각하는 것들이 뇌의 장기 기억 형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생물이 꿈도 꾸지 않고 아주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는 뇌에서 별다른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새로운 기억의 형성과 관련된 세포집단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신호들은 뇌의 여러 부분들이 영구적인 연결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깨어 있을 때 이 신호를 방출한 세포들 중 몇 개를 자극하면 이 신호에 의해 형성된 연결관계들이 활성화되면서 관련된 기억 전체가 떠오른다. 잠이 장기기억의 유지와 저장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면과 기억의 강화 사이의 관계에 관한 연구들이 많은 진전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세포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기억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