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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5-04 09:23
정신의학서설
 글쓴이 : 한별
조회 : 4,639  
정신의학 서설


의학이 발달하고 전문화될수록 의학은 비인간화되고 있다. 의학의 본래 사명이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는 휴머니즘이건만 그것이 세분화되면서 인간을 보지 않고 병만 바라보는 신체 의학으로 전락해 버렸다. 뿌리를 떠나 잎새만 보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의학에서 정신의학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신의학은 신체와 정신을 둘로 나누어 보지 않고 전체를 보는 심신의학이다. 편의상 정신을 신체와 구분하고 있지만 둘을 분리시킬 수 없다. 여기에 우리가 정신을 주목해서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21세기 미래 의학은 뇌과학을 포함한 정신과학의 발전이 두드러질 것이다. 외부에서 침입한 감염성 질환이나 외상을 제외하면, 모든 병은 심신의 부조화‧불균형이 관련되기 때문이다.
정신과에 대한 일반의 시각은 두 가지 극단을 취한다. 마음의 병은 병이 아니라는 시각과 병은 병이되 특별한 병이라는 시각이다. 마음의 병은 병이 아니라는 시각은 ‘마음만 강하게 먹어라’거나 ‘신경을 쓰지 말라’면서 의지의 문제로만 돌릴 뿐, 병 자체를  부정한다. 여기에는 병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숨어 있다.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이 정신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나와 내 가족은 걸리지 않고 특수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라는 방어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마음의 병이 특별한 병이라는 시각은 예전에 간질을 ‘천질’이라 하고 나병을 ‘천형’이라 했던 것처럼, 정신질환을 하늘이 내리거나 전생의 업보 때문에 생긴 특별하고 괴상한 병으로 보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귀신이나 혼령에 의한 것이라는 믿음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두 극단적인 시각이 신경정신과를 찾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는 곧 마음과 마음의 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너무 완고하여 정신과에 대한 이해가 아직도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의사들 중에도 제대로 정신과에 의뢰하거나 소개해줄 수 있는 의료인이 의외로 드물고, 가정이나 학교에서 훌륭한 부모요 선생님으로 자부하는 분들조차 상식적인 판단만으로 잘못 지도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
이 책은 정신과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정신과 전체의 윤곽이 드러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마음이 아픈 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정신과나 심리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정신과에 대해 관심 있는 의사나 간호사, 사회사업가에게, 또 일선에서 인생 상담을 담당하는 교사와 종교인들에게 정신과에 대한 올바른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칼럼을 쓰게 되었다.  인간의 몸과 마음 전체를 다루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자 했던 노력이 전해지기를 바란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고 모든 은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신이 건강해야 가정도, 학교 교육도, 사회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긴다면 더 없는 기쁨이라 하겠다. 치료공동체와 같은 정신과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이 늘어나면 더욱 좋겠다.